
다른 작가의 소설 속 거의 모든 문장을 베껴서,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공모전에 출품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섯 개의 문학상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넘어갈 뻔했는데, 원작자가 직접 밝히고 나선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포천시가 연 문학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뽑힌 단편 소설입니다.
당선자 손모 씨는 "매일 밤 틈틈이 써 내려가며 문학적 갈증을 해소했다" 고, 소감도 남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글은 2년 전, 온라인에 공개된 소설을 통째 베낀 작품이었습니다.
'뿌리'라는 제목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1만여 개의 글자 중 다른 건 몇몇 단어에 끼워 넣은 지역 이름뿐입니다.
손 씨는 이렇게 훔친 글로 다섯 개의 문학상을 탔고, 상금 270만 원도 챙겼습니다.
제목만 바꾸거나, 아예 원작 그대로를 응모했는데도 상을 준 주최 단체들은 작가가 피해를 알린 뒤에야 부랴부랴 수상을 취소하겠다 밝혔습니다.
남의 글을 통째 훔친 사람도 기막히지만 통째로 베낀 작품을 전혀 걸러내지 못한 엉성한 심사 과정도 작가는 믿기 힘들었다 말합니다.
소설 '뿌리' 작가 김모 씨는 " 전문이 올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구글링만 해 봐도 바로 제 작품이 나옵니다."고 밝히고 있다.
한 해 열리는 크고 작은 공모전은 약 300개. 문단 내에선 수상 작품을 모아 표절을 가려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성달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는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약했습니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심사하면서 집어넣어 돌리는 방향을…"라고 제안했고, 사건이 커지자, 글을 훔친 손씨는 "도용을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