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账号登录: 注册 登录

[박용일의 전통문화이야기 22]  수레떡의 유래(3)

시내는 뜰에 나서 뭇별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며 “저 하늘에 신령이 있다면 저의 랑군님을 무사히 돌아오게 하여주옵소서.”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시내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여 하였으나 머리속에 차을 꼬나든 바우가 아니면 수레우에 앉아 달리는 바우가 환영으로 나타나도무지 잠을 이룰수가 없어 꼬박 새웠다.

   창가로 희읍스름한 빛이 비쳐들자 시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8월 추석날이여서 마을에서는 비록 장정들은 싸움터로 나갔으나 외적들을   물리치고 돌아온다는 승전소식을 받고 풍습대로 씨름경기와 길쌈내기, 그네뛰기를 하기로 되여있었다.

   “깍깍, 깍깍깍…”

   삽작문밖에 있는 나무가지에 앉아 울어대는 새벽까치의 울음소리가 드낫없이 시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새벽까치가 울면 그날에 기쁜 일이 있거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고 하였는데 혹시 우리 랑군이 돌아올 소식을 전해주는게 아닐가. 정말 그렇게 되였으며 얼마나 좋을가?”

   시내는 불시에 오늘 랑군이 돌아올것만 같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순간에 기분이 상쾌해진 시내는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매캐한 연기가 쓸어 나와   퇴창문을 열어제끼던 시내는 마당가에 쌓여있는 수레바퀴가 눈을 찌르며   안겨들자 가슴이 알알해났다.

   “수레는 바퀴가 날개야, 바퀴가 든든해야 달릴수 있거든 혹시 바우가   싸움판에서 바퀴때문에 고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바우를 생각하며 갈라터진 손으로 바퀴를 만들며 말하군 하던 시아버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울려오는것만 같았다.

   “정말, 저 바퀴를 모두 랑군에게 보낼수 없을가. 그랬으면 땅속에서라도아버님이 기뻐하시겠는데.”

   이런 생각에 옹해 있던 시내는 이웃녀인들이 떡가루함지를 머리에 이고들어서는것을 보고서 제정신으로 돌아섰다.

   “에그, 시내는 또 랑군생각을 했나보지.”

   “복동이 어머니, 글쎄 어제밤 꿈에 랑군님이 집에 오더니 저 마당가의   수레바퀴들을 싣고서 씽하니 살아져가는게 아니겠나요.”

   “아유, 정말 좋을 꿈을 꾸었구나. 꿈은 꼳 반대로 나타난다고 하였어.”

   “그러니 오늘 시내의 랑군이 나타나서 씨름판에 나설수 있겠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시내는 이웃녀인들의 위로의 말에 마음속에 큰 기대가 생겨 가볍게 일손을 놀려나갔다.

   어려서부터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며 잔뼈를 굳혀온 시내는 일을 불이 번쩍나게 해재꼈다. 버들가지같은 작은 손이 얼마나 잽싸게 움직이였는지 어느새 끓는 물에 익반죽한 하얀 떡가루가 시루우에 들어앉아 뽀얀 김속에묻히였다.


   “싸움터에서 정말 수레바퀴가 모자랄가?”

   시내는 시루안에서 흘러나오는 뜬김을 보면서도 김이 다 오른 떡반죽을치달으면서도 오로지 바우생각만 하였다.

   “싸움터에 수레바퀴가 모자라오. 수레바퀴가 모자라오…”

   시내는 줄곧 꿈속에서 외우던 랑군의 말을 곱씹어보며 손에 익은 솜씨로 떡반죽을 이겨내여 떡개를 빚기 시작했다. 그는 무심결에 둥글둥글하게떡을 빚어나갔다.

   “시내, 칼도 없이 떡을 어떻게 자르니?”

   떡개를 자르라고 시내에게 칼을 내밀어주던 녀인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져서 시내가 만들어놓은 떡을 들여다보았다.

   “아니? 복동이 엄마, 이 떡을 좀봐요. 어쩌면 둥글둥글한게 꼭 수레바퀴같아 보이는군요.”

   “뭐? 수레바퀴떡, 어디? 아이구, 정말 수레바퀴가 신통하구나. 칼로 자른 떡보다 동실동실한게 정말 곱기도 해라.”

시내는 무슨 정신에 이런 떡을 빚어 놓았는지 자신도 잘 믿어지지 않아 떡개를 보고 또 보았다.

   “아마 나의 혼이 어제밤 꿈에 홀려버린것이 분명해. 혹시 수레바퀴모양의 떡을 많이 빚어놓으면 이 바퀴떡에 실려 싸움을 이긴 랑군이 빨리 돌아올수 있지 않을가.”

   시내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있는 녀인들의 손을 잡으며 간절히 부탁하였다.

   “복동이 엄마, 오늘 떡은 모두 이렇게 빚는것이 어떨가요?”


   그러자 녀인들은 모두 찬성하였다.

   오로지 싸움에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시내의 뜨거운 마음에 감복하여 녀인들은 시내와 서로 마음과 지혜를 합쳐가며 바퀴살모양의 떡개를 반들었다. 그다음 떡에다 참기름을 발라놓으니 기름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떡은 금시라도 대굴대굴 굴러갈것만 같았다.

   시내와 녀인들은 정성들여 만든 떡을 그릇그릇에 담아 이고 들꽃이 피여나는 언덕길을 지나 그네터로 올랐다.


   “수레집며느리가 오늘 별스럽게 환해졌구나.”

   “글쎄요. 하늘의 선녀가 부럽지 않수다.”

   자기를 생각해주는 마을녀인들의 고마운 마음이 미쳐와 시내는 가슴이   뭉클했다.

   “어차, 어이차…”


   그네에 올라선 시내가 무릅을 굽힐 때마다 녀인들은 합심하여 소리를 쳐주었다. 치마허리를 짤룩하게 동여맨 시내가 무릅을 굽혔다폈다 몇번하니   어느새 앞산중턱으로 몸이 솟구쳐올랐다.

   이어 “딸랑”하고 방울을 차는 소리가 울리가 관중들이 환성을 올렸다.

   “이 모습을 랑군이 보았으면 얼마나 좋으랴.”

   불쑥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라 시내는 구르던 발을 멈추고 그네줄에   몸을 의지하여 멀리 앞산굽이를 바라보았다.

   “아니?”

   갑자기 시내의 눈길은 한곳을 주시했다. 산굽이를 도는 길우에 그 무엇인지 작은 점들이 보여왔던것이다. 시내가 눈을 부비고 다시 살펴보니 분명히 굴러오는것이 수레였다.

   “혹시 전장에 나갔던 사람들이 아닐가? 그러면 랑군님도?”


   시내는 그네가 채 멎어서기전에 굴러떨어지다싶이 땅에 내려서 모여드는 녀인들을 밀어내며 있는 힘껏 내달렸다. 목에서 겨불내가 나고 숨이 차올랐으나 그는 뛰고 또 달려갔다.

   흘러내리는 시내물이 앞에 있어 그는 걸음을 멈추고 물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벌써 수레 하나가 와 닿아있었다.

   시내가 안개가 피듯 뿌연 눈을 부비고 수레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수레를 끌고온 소는 누렁이가 아니였고 수레우의 사람도 랑군의 모습이 아니였다.

   “아니구, 하늘도 무십하구나!” 맥을 놓고 땅우에 풀썩 주저앉은 시내는 련이어 솟아오르는 눈물을 저고리소매로 훔치며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아니. 이거 시내가 아니야?”

   눈앞이 캄캄하고 귀가 멍멍해지며 제 욕심에 잠겨 흐느끼던 시내는 갑자기 자기를 찾는 소리가 들려오는지라 정신을 가다듬었다.

   “시내, 시내…”

   목소리는 귀에 익은 란군의 웅글진 소리가 분명했다. 허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억대우같은 바우가 아니라 피골이 상접한 모를 사람이였다.

   “시내, 나야! 바우란 말이야.”

   “어마나, 랑군님!”

   그제야 랑군을 알아본 시내는 어푸러질듯, 넘어질듯 달려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시내, 내가 어제밤에 꿈을 꾸었는데 글쎄 시내가 수레바퀴같이 생긴   둥글납작한 떡을 해이고 전장에 나타나지 않았겠소.”

   “아니, 그럼 랑군님도? 어쩜 똑같이 수레바퀴 꿈을 꾸었을가요?”

   잠시후 마을사람들이 달려왔고 바우의 뒤를 따르던 전쟁터의 사람들도 돌아왔다. 감격적인 상봉을 나누던 곰골마을 사람들은 넓다란 잔디밭에 빙둘러앉아 준비해온 음식물을 차려놓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자, 모두들 이 떡을 맛보세요. 시내가 얼마나 수레를 타고 돌아올 남편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으면 이렇게 수레바퀴모양의 떡을 빗었겠나요.”


   복동이 어머니가 너스레를 늘여놓으며 바우에게 먼저 떡을 집어주자 사람들은 저저마다 떡을 집어들면서 시내의 뜨거운 지성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부터 곰골마을 녀인들은 둥글납작하고 수레바퀴모양의 문양이 생긴이 떡을 “수레떡”이라고 부르면서 명절이나 생일날, 잔치날들에 만들어   먹게 되였다. 또 봄에 파란 해쑥이 돋아날 때면 쑥을 삶아 우려서 파란 쑥떡을 빚기도 하였다. (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