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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의 전통문화이야기 20]  수레떡의 유래(1)

   경사롭고 즐거운 명절날이나 생일과 결혼잔치, 환갑날이면 어느집에서나 의례이 여러가지 떡을 만들어 상에 올리는것은 조상때로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민족의 풍습으로 되고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떡방아소리와 떡치는 소리가 울려나와야 명절분위기가 난다고 하였다.

   세대를 이어내려 오면서 우리조상들이 만들어먹은 떡은 가공방법과 모양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워 왔는데 그 가지수는 손가락을 꼽을수없을 정도로 많다.

   여러가지 떡들중에서 흰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김을 올려 둥글납작하게   만든 흰정편은 보기도 좋을뿐만아니라 또 그 맛이 좋아서 흔히 만들어 먹는 떡이다.

   이 둥글하면서도 납작한 정편에는 사연깊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아득히 멀고도 먼 옛날 우중충한 산들로 둘러막힌 곰골이라 불리우는 마을에 시내라고 불리우는 녀인이 살고있었다.

   두살때 마을에 기여든 외적들에게 량부모를 잃은 시내는 처마를 맞대고이웃에 살던 바우의 부모들의 사랑을 받으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마음씨가 비단결같은 바우네는 관가에서 들씌우는 여러가지 가렵잡세   외적들의 빈번한 침입으로 비록 생활은 어려웠으나 부모잃은 시내를 친딸처럼 애지중지하면서 귀하게 키웠다.

   그래서 시내는 부모없는 설음을 전혀 모르고바우의 부모를 친아버지, 어머니로 여기며 얼굴에 그늘 한점없이 자라났다.

   시내가 열살이 되는 해의 어느날 그에게는 뜻밖의 일이 생겨났다. 그때곰마을에는 심보가 고약하고 욕심이 하늘같은 강부자란 놈이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바우네 집에 달려들어 시내를 자기 집 부엌종으로 끌어가는 소동이 일어났다.

   강부자는 시내의 부모가 빚을 지고 갚지 못했기때문에 그 빚값으로 시내를 데려가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구실을 내들며 무작정 시내를 내놓으라고호통을 쳤다.

   “아직 뼈도 채 여물지 않은 이 어린것에게 무슨 일을 시킨다고 그러나이까? 난 절대로 시내를 보낼수 없소이다.”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다고 시내에게 정이 든 바우의 어머니는 애처롭게 우는 시내를 두팔로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강부자는 어머니를 쓰러뜨려 눕히고 강다짐으로 시내를 빼앗아내여 끌어갔다.

   “어머니- 어머니-”

   

애타게 부르짖는 시내의 울음소리를 듣고 뒤산으로 나무하러 올랐던 아버지와 바우가 달려와 보니 시내는 없고 마당가에는 어머니만 정신을 잃고쓰러져있었다. 바우아버지는 분기가 치밀어 올랐으나 권세와 재물을 믿고 기세등등해서 날치는 강부자와 맞서봐야 닭알로 바위치는 격이라 한숨만 내쉬였다.

   이날부터 바우의 어머니는 매맞은 어혈과 시내를 빼앗긴 심화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잃고 집안살림은 더욱 힘들었으나 바우와 아버지는 손에 멍이 들고 피가 나도록 야장일과 수레만드는일을 하면서 강부자가 부르는 시내의 빚값을 갚기 위해 아글타글 애썼다.

   바우네는 할아버지때부터 작은 야장간을 차려놓고 여러가지 쟁기를 만들었으며 특히 수레를 잘 만들어 린근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마을에서는 바우네집을 수레집이라고 불렀다.

   한편 강부자네 부엌종으로 끌려온 시내는 갖은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고된 일에 시달리는 속에서 한해두해 세월이 흘러가고 나이가 들어 어느덧한창 피여난 꽃나이에 이르렀다.


   그는 비록 허름한 몽당치마저고리를 몸에 걸치고있었으나 아침이슬을   머금은 꽃망울처럼 곱게 피여났다. 그의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진흙속의   구술인양 숨길수가 없었다.

   점점 피여나는 시내를 보면서 녀색에 미친 강부자는 음흉한 속심을 품기

시작하였으며 자주 그에게 눈길을 던지였다.

   강부자의 흉물스러운 세모눈이 자기 몸에 와닿을 때마다 시내는 바우가못견디게 그리웠다. 더구나 일이 힘들고 적적할 때면 바우생각이 더 났다.

바우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시내의 빚값을 마련할수 없게 되자 강부자와 그의 아들 몫으로 삼년전에 국경을 지키는 일에 나가게 되였는데 살아서 돌아오면 시내를 돌려준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던것이다.


   “바우가 떠나간지 삼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 못돌아올가?” 시내는 하루에도 몇번씩 바우를 생각하며 그가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곰골 앞벌에 푸른 곡식들이 한창 키돋움하며 자라던 음력 6월 15일류두날이 되였다. 이른 아침부터 남정들은 씨름터로 모여들어 앞마을과 뒤마을이 편을 갈라 씨름판을 벌려놓았고 집집마다에서 녀인들은 구슬알같은 류두면을 만들고 빚다른 음식들을 마드느라 땀을 흘리며 일하였다. 또한 어린이들은 잘익은 참외와 수박을 한 광주리 가득 따다 놓고 류두면을 기다리며 고아댔다.

   어제 저녁 변강에서 집으로 돌아온 바우는 이웃 씨름군과 씨름을 하여이긴 기분에 들떠 땀을 들리러 물가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물가로 드리운버들가지를 헤치던 바우는 문뜩 걸음을 멈추었다. 버들숲이 드리운 너럭바위우에 금실같은 머리를 빚질하고있는 아름다운 처녀가 눈에 띄웠다.


   머루알같은 새까만 눈동자와 발그레한 두볼이며 앵두알처럼 빨간 입술   어께를 내리덮으며 흘러내린 머리칼, 허리가 짤룩한 몸매는 대번에 그의   마음을 끄당겼다.


   “낯익어 보이는데 어떤 처녀일가?” 처녀를 바라보던 바우는 남몰래 훔쳐보는것이 죄스러워 “어험!”하고 인기척을 냈다.

   “어마나!” 처녀도 깜짝 놀라서 바우쪽으로 몸을 돌렸다.

   “너 사람이냐? 귀신이냐?”

   반달같은 눈섭아래 둥그래진 고운 눈과 마주치자 바우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튀여나왔다.

   “귀신이라니요? 아니? 저…” 놀라움에 젖은 눈으로 바우를 바라보던   처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피여 올랐다.

   “아니, 이거 시내 아니야?”

   “어마나 바우, 언제 돌아왔어요?”

   “어제밤 늦어서 집에 들어섰소.”

   시내는 마음속으로 언제나 그리며 기다리던 바우였건만 그가 갑자기 름름한 총각으로 변하여 나타나자 이상하게 부끄러움이 들면서 가슴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고개를 숙이였다.

   갑자기 어쩔줄을 몰라하는 시내를 대하자 바우도 입이 얼어붙어 한동안서성거리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성어성한 분위기속에서 귀뿌리가 머리채만 매만지던 시내는 “늦어서 그만…”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리고는 강부자집을 향해 총총히 걸어갔다.

   “시내, 인차 찾아갈게.” 시내의 뒤모습을 바라보는 바우의 가슴속에서는애틋한 련민의 정이 차올랐다.

   류두날마저 부엌에 박혀있는 시내가 불쌍했다.

   “하루빨리 시내를 데려와야 한다.” 바우는 속다짐을 하며 시원한 맑은 물에 몸을 담그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