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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의 전통문화이야기 19] 인삼닭곰의 유래(2)

할아버지라면 명의가 아닌가! 명의가 돌아간것이다. 오득령감은 억이 막혀 대문앞에 주저앉자 그집 자식들이 쉬고 가라고 안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오득령감은 사양하고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온 오득령감은 차마 방문을 열수가 없었다. 오득령감이 퇴마루에 앉아 풀풀 한숨을 쉬고있는데 “령감 왜 이 모양이시우?”하는 목소리와 함께 마누라가 옆으로 오는것이였다.

   “마누라, 죽은 자식들앞에 면목이 없게 되였소.”

   “령감, 너무 상심하지마시우, 독틈에 용수가 있다는데 한잠 자고나면 무슨 수가 나겠지요.”

   오득령감은 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누라를   안심시키느라고 코를 골았다. 오득령감이 자는척할적에 마누라도 숨을 죽이고 머리를 앓았다.

   날이 밝자 오득령감은 기지개를 켜고 뜨락에 나섰다. 마누라가 닭장문을 열어놓았는지 한무리의 닭이 쏟아져나와 울바자밑을 쑤시고있었다. 그놈들을 수수대를 단단히 둘러친 인삼포로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났다.


   삐약- 삐약- 방금 쓸어놓은 마당으로 한떼의 중병아리들이 달려나왔다.모두 30마리이다. 복주에는 알이 곯아 안된다는 마누라의 푸념을 귀등으로 들으며 두배를 앉혔더니 거의다 까 나와서 이렇게 컸다.

   삐약- 삐약- 하는 큰소리로 떠드는 놈들은 숫병아리들이다. 이놈들은 암병아리보다 부리도 더 크고 발목도 더 굵고 키도 껑충하고 눈알도 둥글고 광택이 나는데 벌써 빨간 볏이 뾰족하게 내밀었다.

   오득령감은 고간에 들어가 피장쌀을 한웅큼내다 마당에 뿌렸다. 앞선 숫병아리들이 날개깃을 치며 서로 주어먹겠다고 날치는것을 보니 속이 언짢았다. 닭을 깨왔는데 이번 배는 어찌된 영문인지 수병아리들이 절반이 넘는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병아리들을 다 기를건 뭔가. 가만 저것을 잡아 강석에게 먹이면 어떨가? 그것도 병아리속에다가 인삼뿌리를 넣고 말이다.


   오득령감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부엌에 대고 “여보 마누라, 나 좀 봅세.”하고 소리쳤다.

   “무슨 일이시우?”

   오득령감은 부엌문앞에 선 마누라를 힐끔 바라보고나서 턱으로 마당을   가리켰다.

   “저걸 잡자는거야.”

   “갑자기 저걸 잡아 뭘하려구?”

   “하- 이리 오라구.” 령감은 강석이가 들을세라 마누라를 끌고 담장 뒤로갔다.

   “애한테 먹이자구그래.”

   “그걸 먹을것 같은면 내 벌써 열두번은 잡았겠수다. 지난번에 메닭을   잡아주니까 겨우 다리 하나를 핧다가 내놓지 않았수. 닭은 기름기가 많아   안되우다.”

   “누가 닭을 잡자고 했어? 수병아리를 잡자는거지.”

   “수병아리를요?”

   “언젠가 내가 덮쳤던 수병아리를 끓인적이 있지?”

   “있수다.”

   “기름이 뜨던가?”

   “기름이 한방울도 없었수다.”

   “비린내가 나던가?”

   “에그, 비린내같은 소리를 하시우. 주먹만한게 비린내가 날게 있수?”

   “그렇단 말이야. 수병아리고기는 꿩고기처럼 기름기도 없고 비린내도   안나고 소화도 잘될거란 말이야.”

   마누라는 꿩이라는 말에 귀가 항아리만큼 해졌다. 강석이가 먹는 고기라면 꿩고기뿐니다. 그런데 꿩은 귀물이여서 한해껏 기다리다가 설날에야 겨우 맛을 보이군 하였다.

   “령감 수병아리가 됨즉하우다.”

   “여보, 난 그저 끓이자는것이 아니고 그 속에다가 인삼뿌리를 넣자는거야.”

   “그랬다가 약내가 난다고 안먹으면 어쩌자구요?”

   “그러게 머리를 쓰자는거야. 몰래 잡아서 꿩고기라고 하면 될거야.”

   “그게 통할가요?”

   “시치미를 뚝 떼고 꿩고기라고 우기란 말이야.”

   “그애가 속지 않수다.”

   오득령감은 그만 궁냥이 막혀 입만 쩝쩝 다셨다.

   “령감 병아리배속에다가 다른걸 더 넣으면 어떨가요?”

   “다른걸?” 오득령감은 귀맛이 부쩍 동해 따져 물었다.

   “령감 어죽맛이 어떠시우?”

   “그건 또 무슨 가을뻐꾸기같은 소리야?”

   “말을 마저 듣수다. 잔물고기를 그냥 끓이면 비린내가 세지만 쌀과 호박이랑 깨잎이랑 썰어넣고 죽을 쑤면 맛도 좋지만 비린내가 나지 않아   더   좋지요.”

   “그럼 병아리속에다가 쌀을?”

   “그렇수다. 찹쌀을 넣고 끓이면 죽이 되겠지요. 그럼 인삼뿌리가 우러나와 죽에도 스며들고 고기에도 배여 약내가 심하지 않을게 아니겠수. 그다음 인삼뿌리를 슬쩍 뽑아내고 꿩고기죽이라고 둘러대면 되겠는데요.”

   “저 마누라가 머리 하난 신통하다. 그럼 즉시 해봅세.”


   아침상을 물리자 오득령감은 야산에 놓은 꿩옹노를 돌아본다고 집을 나섰고 마누라는 강석이를 보고 강건너마을에 사는 이모네 집에 가서 파를   얻어오라고 하였다.

   점심때가 되였다. 마누라가 강석이를 부엌으로 불러들여서 할아버지가   잡아온 햇꿩으로 끓인 죽을 먹으라고 하였다.


   “야, 왜 그러구만 서있느냐? 식기전에 먹으라는데.”

   오득령감은 손자가 먹는 모습을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마당에서 서성거렸다.

   “이 녀석이 먹을가? 또?”

   바로 이때 마누라가 언제 나왔는지 귀속말로 절반이나 먹었다는것이였다.

   “그게 참말이야?”

   마누라의 손이 오득령감의 입을 제걱 가리웠다.

   “그럼 나는 매일같이 꿩사냥을 하겠소.”

   이날부터 강석이는 매일과 같이 “꿩고기죽”을 먹게 되였다. 며칠동안은 숫병아리를 이틀에 한마리를 먹었는데 요즈음에는 하루에 한 마리씩 먹는것이였다.

   열흘이 지난 저녁때였다. 늙은 내외는 오손도손 말을 주고받으며 아궁이에 불을 땠다.

   “령감 래일은 닭을 잡겠수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말고 수병아리를 다 잡아먹인 다음 암병아리를 마저 먹이자구. 그다음에는 닭을 먹이구.”

   다음날도 오득령감은 아침 일찍 “꿩사냥”을 나갔고 마누라는 강석이를 불러 심부름을 시켰다.

   또 열흘이 가고 또 열흘이 지났다. 그날도 오득령감은 “꿩사냥”을 나갔다가 일찍 돌아오고있었다. 그런데 정문곁에 마누라가 서있지 않는가.   무슨일이 생겼을가?


   오득령감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보 령감, 나 좀, 글쎄 강석이가…강석이가…” 마누라는 목이 메여 떠듬거렸다.

    “뭐. 우리 강석이가?” 오득령감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강석이한테   나쁜 일이 생겼다고 제짐작하고 가슴을 쳤다.

    “령감 갑자기 실성했수?”

    “이재 금방 강석이가 어쨌다고 하지 않았소?”

    “무슨 소리를 하시우. 난 강석이가 배고프다면서 령감이 남긴 밥까지   다 꺼내 먹었다고 말했는데.”

    “그게 참말이야?” 오득령감은 너무 기뻐 집으로 내달렸다.

   강석이가 피밥까지 다 먹었다고? 뜨락에 들어선 그는 그 자리에 굳어졌다. 이게 꿈인가. 강석이가 장작을 패고있었다. 말하기조차 싫어하던 아이가 혈기가 나서 도끼질을 한다.


   이게 꿈이 아니였으면…

   오득령감은 날마다 “꿩사냥”의 내막이 드러날가봐 땅만 보고 다니다보니 강석이가 날마다 달라지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것이다.

   “할아버님 돌아오셨소이까?”

   강석이는 굽석 신정을 차리고는 다시 도끼를 휘두르는것이였다.

   이건 꿈이 아니고 생시이다. 그러니 인삼병아리곰이 이 아이를 구실을   하도록 만든것이란 말인가.

   “할머니 촐촐 하오다.”

   오득령감은 의젓해진 손자가 대견하여 눈물을 흘리였다.

   “여보 마누라, 이제 무슨 숨박곡질을 더하겠소. 당장 암닭을 잡읍세.”

   오득령감은 암닭의 목을 비틀었다. 그다음 닭의 내장을 꺼내고 인삼 세뿌리와 함께 찹쌀을 가득 넣고 고았다.

   “강석아, 배고팠지? 어서 먹으렴.” 오득령감은 버치에 인삼닭곰을 퍼담아 가지고 나오며 소리쳤다.

   “할아버님도 함께 드소이다.”

   강석이는 베수건으로 얼굴에 난 굵은 담방울을 문지르며 말했다.

   “이건 둘이 나누어 먹는것이 아니다. 네가 래일은 나도 네 할미도 한마리씩 먹겠다.”

   “그게 정말로 하시는 말씀이시오이까?”

   “사내가 두말을 할고?”

   “그럼 약속했소이다.”

   강석이는 어느새 닭다리를 먹어치우고 배속을 뒤져 인삼뿌리까지 씹어   삼켰다.

   강석은 이렇게 13살난 그해 가을 첫눈이 내리기전으로 3년짜리 인삼 60뿌리를 병아리와 닭에 넣어 먹고 원기를 완전히 회복하였다.

   제가 사는 고장에다 심은 인삼을 13살에는 3년짜리를 14살에는 4년짜리를 15살에는 5년짜리를 먹되 모두 180뿌리를 달여서 먹으면 반드시 알도리가 명의의 비방은 강석의 몸을 춰세운것이다.


   그후 강석이는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무예를 닦고 벽에 외로이 걸려있던아버지의 장검을 허리에 차고 싸움터로 나갔다. 강석이는 왜놈들과의 싸움에서 선봉이 되여 군공을 세웠다. 온 성안이 사람구실을 할수 없다던 강석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성이 깃든 인삼닭곰으로 살아난것만이 아니라   용감한 군사가 되였다.(2. 끝)